Column

Bethel Faith Baptist Church

새집, 벌집 & 또 하나의 집

Author
bethelfaith
Date
2020-08-09 00:00
Views
427


지난 주간, 우연히 일을 하다 두 집을 경험했는데요. 하나는 새집이고 하나는 벌집이었답니다. 하루는 정원을 정리하면서 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중에 나무 사이로 새가 들어갔다 나오더니 집 주변을 맴도는 걸 봤습니다. 혹시나 하며, 조심스레 가지를 들쳐봤더니 새집 안에 두 마리의 새끼가 숨죽이며 있더군요. 너무 깜짝 놀랐죠. 그래서 어미 새가 집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죠. 마침 새끼들은 입을 벌리고 어미가 갖다 줄 모이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집은 벌집인데요. 교회 밖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중에, 갑자기 머리에 톡 쏘며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순간 벌이구나 싶었죠. 주변을 보니 다 말라버린 하얀 벌집이 있었습니다. 살폈어야 됐는데, 보지 못한 제 불찰이었습니다.

두 집, 집은 집인데 너무나 다릅니다. 하나는 생명을 품는 집이었고, 다른 한 집은 건드리면 달려드는 화를 품는 집이었습니다.

새는 봄이 되어 새끼를 잉태하는 부화기가 되면 비바람을 피할 어떤 장소라도 찾아 그 곳에서 생명을 낳습니다. 그래서 새들에게 집은 보호와 사랑, 생명이 담겨 있는 집입니다. 간혹 봄이 되면 저희 집 현관 안쪽 기둥 위에 새들이 집을 짓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냥 두면 지저분해져 보이는 즉시 치웠는데요. 그래도 새들이 나무 사이에 집을 짓고 살았다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생명을 위한 새들의 헌신이 작은 감동이 되었습니다.

벌도 비바람을 피해 집을 짓습니다. 교회도 봄만 되면 지붕 거터 밑에 벌들이 집들을 제법 짓는데요. 벌 종류가 말벌이라 없애는데 보통 일이 아닙니다. 또, 집을 짓는 내내 벌 특유의 요란한 소리와 근처에 가면 당장이라도 침을 쏠 듯 달려들어 위협적입니다. 벌침은 사람마다 쏘이는데 그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독이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이렇게 새집이나 벌집, 그리고 어떠한 집이든 집은 보호를 위해 존재하죠. 그렇지만 이 땅에 있는 집은 아무리 크고 화려해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 내외분이 지난 주 IMB 선교사로 파송받기 전 훈련센터로 떠나셨습니다. 파송국으로 가기 전 7주 훈련을 받고 떠나신다고 하네요. 공항 라이드를 도와드리기 위해 아침에 집을 들렸을 때 사모님이 해 주신 말씀이 지금도 마음에 남습니다. “목사님, 저희가 이번에 떠나기 위해 짐을 버리는데요. 왜 그동안 이렇게 많은 짐을 갖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많더라구요. 그런데 버리고 나니 너무 마음이 가벼워요. 선교지에서는 정말 노마드(유목민)의 삶을 살아야 되는 것 같아요”

노마드의 삶,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으로 사는 성도의 삶을 나그네라 증언하며(히11:13),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는 삶이 있다고 말합니다(히11:15). 그렇습니다. 성도는 더 나은 집, 본향을 사모하며 사는 삶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너무 무겁고 힘들게 끌어안고 사는 많은 짐들이 있습니다. 사업의 짐, 자녀의 짐, 사람들과의 관계의 짐, 그 외에도 많은 짐들.., 그런데 잘 버리지 못합니다. 버리면 될 것을, 버리면 가벼워 질 것을, 여전히 우리는 떠나지 않고, 영원할 것처럼 붙들며 삽니다. 그래서 자주 잊게 됩니다. ‘이 땅의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요.

우리가 찬송하는 “내 영혼이 은총입어” 의 3절 가사에는,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라는 고백이 있죠. 이 찬송의 고백처럼, 성도인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주님의 은혜로 천국(하나님의 나라)을 사는 인생들입니다. 이런 삶을 위해, 이렇게 떠나면(내려 놓으면) 누리는 은혜를 위해, 아직 여러분 안에 붙들고 있는(마음에서 붙들어 둔) 그 어떤 것들이 있다면 헤아려 보시고, 주님께 맡겨 드리시기 바랍니다(마11:28).

그리고 주님과 함께 믿음의 길을 걸으며, 더 좋은 것이 예비된 영원한 것을(히11:40) 향해 살아가는 성도의 삶이 다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베델믿음지기 서성봉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