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Bethel Faith Baptist Church

낙엽

Author
bethelfaith
Date
2015-12-14 00:00
Views
1717
낙엽


저는 얼마 전에 기도원에 다녀왔는데요. 탁 트인 땅에 수십년, 아니 수백년이 될지 모르는, 그래서 수많은 인고의 세월을 보낸 거목들이 쏟아내는 정취에 한 껏 취한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기도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늦가을의 화려한 옷 맵시를 자랑하던 낙엽들이 초겨울 바람에 이리저리 밀려 차곡히 바닥에 쌓이는 것을 보면서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자 이제, 잠시 여러분께 자연의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은데요. 귀 기울여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낙엽밟는 소리)

들으셨나요? 정답은… 네, 낙엽밟는 소립니다. 나무 마다 봄이 되면 잎을 내고, 가을이 되면 잠시 그 화려함을 뒤로 한채 떨어지는 한낱 잠시만의 삶일 뿐이라고 여겨지는 낙엽.

그러나 저는 이 낙엽의 자취와 숨결에서 인생의 숭고한 가치를 배우게 됐습니다.


그것은 겸손이라는 단어입니다.

낙엽이 되기 전, 나뭇잎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서 산소를 만들어 자신에게나 다른 생물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을 하죠. 때론 벌레들의 먹이가 되도 그냥 자신을 내어 줍니다. 여름철에는 비를 피할 우산이 되고, 바람을 막아주는 병풍이 되기도 한답니다.

또 가을이 되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모든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자연의 아름다운 화폭이 되어 준답니다.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면 이젠 낙엽이 되어 땅에 내려와 스스로 자취를 감춰 버리죠.


그런데 낙엽은 떨어진 채 자신의 일을 그만 뒀다 말하지 않습니다. 낙엽은 한 철 내내 나무에 필요없던 영양분을 잎에 축적해 두었다가 낙엽이 될 때 함께 품고 가져간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나무를 위한 숭고한 희생입니다. 그렇게 낙엽은 산산히 부서지고, 흩어진 그 곳에서 또 땅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시작합니다. 땅에 떨어진 낙엽은 토양의 급격한 온도 변화와 수분 증발을 막아주고, 토양 생물의 먹이가 되어 준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곰팡이, 버섯, 그리고 노래기, 지렁이들은 낙엽과 죽은 나뭇가지를 조금씩 먹으며 살아간다고 하네요.

한 가지 또 있습니다. 낙엽이 자연만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농부들에게도 매우 소중한 선물을 주는데요. 그것은 부엽토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부엽토는 흙 속의 작은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어 흙과 한 몸이 되어 식물에게 매우 유익한 거름이 된 흙을 말합니다. 농부들에게 이 부엽토는 최고의 비료라고 합니다.


낙엽의 가치를 생각하며 자료를 찾다보니깐 참으로 고마운 낙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람에 날려 어딘가에 떨어져, 먹히고, 밟히고, 찢겨 쓰러져간 수많은 낙엽들의 자취가 오늘 우리 인생의 가치를 가르쳐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런데 인간은 자연에서 배우는 이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살 때가 참 많다 싶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손해 보지 않고, 뭔가를 하나 더 취해야 되는 세상의 구조에서 누군가를 위해 낙엽같은 희생이 되어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사람들에게도 이 낙엽의 겸손을 얘기한다는 것이 우습게 보이질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청취자 여러분.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낙엽같은 사람이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누군가 한 사람이 낙엽같은 삶을 시작한다면, 우린 그 삶을 통해 이 땅을 더 아름답게 만들 소망을 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낙엽같은 한 사람이 꿈꾸는 세상. 그래서 우린 아직 살아갈 소망이 있다고, 기쁨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라디오코리아홈페이지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www.atlrako.com)


베델믿음지기 서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