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토요일 오후, 미국 교회 Danny 목사님에게 ‘교회에 도둑이 들었는데 너희가 쓰는 건물은 괜찮은지 확인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깜짝 놀라 교회 건물 외부를 돌아봤는데 이상은 없었는데, 확인해 보니 친교실 냉장고 쪽에 있는 창문과 맞닿은 쪽으로 침입해서 들어온 것을 알게 됐습니다. 도둑들은 친교실에 있던 설탕을 온통 바닥에 뿌려놓고 2층으로 올라가 잠겨있는 문들을 열려고 시도하다가 열리지 않자 포기하고 나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나마 아무 것도 훔쳐간 것이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벌써 수년 전이군요. 저희 교회 사무실에 도둑이 들어 제가 쓰던 노트북과 프로젝터와 여러 물품들을 도난 당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조금은 긴장했지만 아무 것도 도난당한 것이 없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시 마침 보험이 있어 도난 당한 것을 보상받는데 꽤 시간이 걸렸던 경험이 있거든요.

여하튼 더럽혀진 친교실을 청소하려고 사모와 함께 청소를 하면서 느낀 소소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팬더믹으로 인해 친교실을 거의 사용 안했더니 버려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래된 것들, 못쓰는 것들, 냄새나는 것들 등등.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구석에 놓여있는 것들을 보며 자주 돌아보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한 점을 반성케 했습니다. 우리들의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말씀 앞에서 자주 돌아보고 회개하며 주님의 마음을 담아야 하는데, 말씀이나 기도와 멀어지고 믿음을 돌아보지 않으면
치우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깐요. 그나마 깨달으면 감사하지만, 깨닫지 못하고 이미 굳어진 채로 굳어진 마음이라면 이는 심각한 상태가 된 것이니깐요.

또 하나는 테이블 밑에 지저분한 것을 치워야 했는데 손이 닿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실은 테이블 밑 구석까지 닦으려면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는데, 꿇은 채 바닥 구석을 닦으면서 주님의 마음이 다가왔습니다.
2,000년전,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시고 주님은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일일이 대야에 물을 받아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습니다(요13:3-17). 그리고 그들의 발을 다 씻으신 후 말씀하셨죠.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13:14-15).”

발을 씻기려면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발을 응시하고 물에 담겨 있는 발을 두 손으로 받들어 잘 닦아 주며, 대야에 물이 넘치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닦은 후 수건으로 젖은 발을 닦아줍니다. 이 행위는 당시 집에서 부리는 하인들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주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이렇게 행하라고 하셨습니다.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았던 그 날, 저는 주님이 제자들의 발을 닦아 주셨던 마음을 생각하며 삶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라 부름 받은 목회 현장에서 진실로 무릎 꿇는 목회였는가? 내가 원할 때는 꿇었던 무릎을, 원치 않을 때는 꼿꼿이 세워 대접받으려 한 자리는 없었는가?’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삶에서 무릎을 꿇어야지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릎을 꿇어야지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습니다. 무릎을 꿇어야지만 알 수 있는 마음이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들이 지저분하고 잘 닦이지 않고, 오래 된 것이어도, 그래도 닦아내려면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주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처럼.
저 또한 돌아봅니다. 무릎을 꿇어야지만 감당할 수 있는 주의 일을 다시 마음에 새기며.

베델믿음지기 서성봉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