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덥다”
요즘 자연스럽게 차를 타러 밖에 나가면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말들이 덥다는 얘기죠. 낮 최고 온도가 화씨 94도(섭씨 34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이마에서 얼굴로 주르륵 흐를 정도니 정말 덥기는 덥습니다. 체감으로 따지면 이보다 훨씬 더하겠죠.
폭염은 열사병은 물론 탈진, 저나트륨혈증(신체의 체액 균형에 필요한 혈액 속의 나트륨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것을 의미) 으로 쓰러지거나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방문하는 성지순례(하지) 사망자가 폭염으로 인해 무려 1,300명 이상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또한 뉴욕시 보건국이 지난 18일에 발표한 ‘뉴욕시 폭염 사망 보고서’ 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했는데 매년 5-9월 평균 350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리스에선 폭염 속 하이킹을 나선 관광객들이 숨진 채 발견됐고, 인도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도 오대호 인근 일리노이주부터 캐나다와 맞닿은 북단 메인주까지 북동부 전역에 폭염 주의보 및 경보가 발령돼 75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폭염 경고 아래 놓여 있습니다. 한국도 이른 폭염으로 인해 연일 더위에 대한 뉴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요즘 더위에 대해 생각하던 중, 갑자기 2011년 개척할 때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당시 저희 가정은 3년간의 아리조나 사역을 마치고(2008년~2011년), 5월말에 아틀란타로 이사 와서, 그 즈음 우연히 차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아내와 제가 동시에 너무 어이 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 때 방송에서 현재 아틀란타 온도가 100도에 육박한다고 진행자들이 ‘너무 덥다’고 야단스럽게 얘기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와 아내는 이미 아리조나의 더위를 3년간 겪었기 때문인지 실제 아틀란타의 체감 기온이 그리 덥지 않았던 거죠. 지금도 이 칼럼을 쓰는 시점의 아리조나 온도는 화씨 104도를(섭씨 40도) 가리키고 있네요.
저희가 있던 3년 어느 여름인데요. 체감이 화씨 120도(섭씨48도) 정도로 꽤 여러 날 지속된 경험도 있어, 말 그대로 살을 태우는 듯한 더위를 경험한 적이 자주 있곤 합니다. 그래서 아리조나는 한 여름에 A/C 유닛이 작동을 하지 않으면 바로 그 자체가 재앙인 셈이었죠.
이렇게 아리조나의 더위를 뜨겁게 맛 봤던 저와 아내는 그 날 함께 듣던 라디오에서, 진행자들이 오늘 날씨가 100도에 육박한다며 대화하는 말이 ‘이 정도 갖고 웬 호들갑을 떨까’ 라고 생각하게 했던 것이죠.
그런데 요즘 제게 아틀란타의 날씨는 화씨 94도도 너무 덥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이 곳 날씨에 많이 적응됐기 때문이겠죠.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분명 94도(아틀란타)는 더운 날씨인데 아리조나에서 막 이사 왔을 때는 어떻게 견딜만 했을까? 생각해 보니 더 뜨거운 온도를 경험했기에, 그 보다 못한 온도는 견딜만 했던 것이죠. 그렇다고 94도의 온도가 결코 만만하게 볼 온도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이 온도의 차이가 신앙의 연단(또는 훈련)의 과정과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때로 겪는 어려움과 고난이 있을 때 그 극복의 과정을 통해서 더 큰 시련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전의 경험을 통해 이겨내는 힘이 생겼기 때문인 거죠.
욥은 자식들이 하루 아침에 죽음을 맞고, 그 많던 재산을 도적들에게 빼앗기고, 자신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한 악창으로 고생하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는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는 저주를 받았던 인생이죠. 또한 그의 지인들이 와서 속을 박박 긁어 대는 말만 할 때입니다. 그는 이런 고백을 하죠.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23:10)”
교우 여러분, 그렇다면 욥이 원래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받은 모든 시험을 다 감당하고,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욥의 육신은 이미 처절하게 버려졌고, 고난을 받아내는 그의 정신은 피폐해졌죠. 그러나 그가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을 떠나지 않겠다는 결단과 믿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가 고난 가운데도 고백하길, “내가 그의 길을 지켜 치우치지 아니하였고, 내가 그의 입술의 명령을 어기지 아니하였고, 정한 음식보다 그의 입의 말씀을 귀히 여겼도다(욥23:11-12)” 라고 외쳤죠.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들의 삶에도 ‘견디기 힘든 더위’ 같은 일들이 닥칠 때가 많습니다.
그 때 우린 이 모든 것에도 함께 하시는 주님이 계심을 바라보는 믿음의 눈을 열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아! 너무 덥다’ 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주님이 함께 하심에 감사하고, 주님과 더위를 함께 이겨내는 소망을 갖게 될 것을 믿습니다. 이런 은혜를 붙들고, 이 폭염같은 더위도 감당해 내는 모든 교우분들이 다 되시길 소망합니다.
베델믿음지기 서성봉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