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예배자 ”
– 배재천장로님을 추모하며..
“목사님 수술 마치고 봐요!”
“네 장로님”
지난 월요일 심장이 막혀 병원에 가셨던
배장로님은 목요일에 하게 될 바이패스 수술을 앞두고, 수요일 오전에 한 번 더 뵙고 헤어질 때 나눴던 인사입니다. 그리고 장로님은 심장 수술을 하셨던 그 날 두 번의 수술에도, 늘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하셨던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왜 장로님은 그토록 하셔야 될 일들이 많은데, 남겨진 가족들과, 여러 교우들을 두고 가셨는지 원망스럽기도 하고, ‘형편없는 목사인데도 늘 아끼고 사랑해주시지나 말지.., 설교를 마치고 너무나 은혜 받았다고 구구절절 피드백을 주시지나 말지.., 뵐 때마다 늘 따뜻하게 인사하시며 격려해주시지나 말지..’ 금요일 아침 권사님이 전해 준 장로님의 소식은 뭔가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고 슬픔이었습니다.
그래도 목사로서 해야 될 일을 생각하며, 장로님과의 만남을 돌아봤습니다.
처음 장로님 내외분이 교회를 방문하셨을 때가 생각납니다. 예배 후 ‘어디서 오셨어요?’ 라고 묻는 물음에 마리에타(Marietta)에서 오셨다는 답을 듣고, 거리를 물어봤었죠. 편도로만 50마일, 왕복 100마일이라고 하시는 말씀에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이어서 장로님은 이사를 오기 전 교회부터 정하기 위해 찾고 계신다며 곽정민 목사님한테 교회를 추천 받았다는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일반적으로 이사를 온 후 교회를 정하게 되죠. 그러나 장로님은 교회를 정하고 이사를 오시려고 한다는 말씀에 큰 감명을 받았었죠.
저는 그 마음을 ‘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는 마음에, 주님이라면 장로님 댁을 방문했을 거라 생각하고, 약속을 정하지 않았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저는 장로님 내외분과 꽤 오랜 시간 더 깊은 믿음의 교제를 나눴던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한 동안 장로님 내외분은 이 곳 뷰포드(Buford)로 이사를 오시기 전까지 꽤 오래 마리에타에서 왕복하시면서, 예배를 드리고 가시며 너무나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담깁니다.
생각해 보니 장로님에 대한 추억 중에 가끔 보내주셨던 글들이 생각이 나네요.
그 중 코로나 기간에 쓰셨던 글을 하나 옮깁니다.
하늘이 유난히 푸른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큐티를 하다가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Deck 난간에 걸어 둔 새모이 통에 홍관조(Cardinal) 한 쌍이 와서 모이를 먹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먹다가 갑자기 둘이서 키스를 하더군요. “거 참! 하루 종일 같이 지낼 거면서 모이 먹다가 갑자기 키스까지 하고 그러냐? …” 라고 잠시 싱거운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니었음을 한참을 지켜본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좁쌀, 해바라기 씨앗, 등을 하나하나 까 먹느라 부리에 묻어 있는 찌꺼기를 서로 청소해 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서로를 돌보는 그 모습이 내게는 모닝키스 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으로 보였습니다.
예배 후에 만나 나누던 인사는 스쳐 지나가며 습관처럼 주고받은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한 주만 보지 못해도 걱정이 되어 안부전화를 했던 일은 내가 극성을 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인사를 하지 못하고 일년을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음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오랜 교회생활이 우리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심어준 서로를 향한 관심이었고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곧 터널의 끝이 보이고 다시 교회에서 만날 때는 더욱 반갑고 더욱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다음 글은 장로님이 설교 후 제게 보내주셨던 나눔입니다.
목사님, 오늘은 감기같은 증세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영상으로 진지한 예배를 드릴 수는 있었습니다. 그동안 베델믿음교회에서 많이도 내려놓았고 목사님의 신실하신 인도로 다시 행복한 믿음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음에도 어쩐지 무언가 찜찜한 느낌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오늘 설교 말씀에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뒤를 돌아보기 때문” 이 정확한 이유였습니다. 아주 가끔 이긴 하지만 아직도 어떤 계기가 되면 뒤를 돌아보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부질없이 기억해 내고는 했었거든요. 이제 목사님의 신년 설교말씀을 계기로 다시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망각하기는 제 의도대로 되지 않겠지만 뒤돌아 보며 그 때의 일들을 추억처럼 더듬는 어리석은 행동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열도 조금 내리고 서서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휴식 취하시는 좋은 저녁 되십시오. 샬롬!
장로님이 보내주셨던 글, 하나하나 세상을 보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묻어 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조금 더 계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눈물도, 사망도, 애통하는 것도, 곡하는 것도 없는 그 영원한 나라에서(계21:4) 예배를 받으시려고 조금 더 일찍 초청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로님은 그 곳에서 영원한 예배를 드리고 계시겠죠.
수술 마치고 보자고 건네셨던 인사가 이제는 천국에서 환한 미소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잘 오셨어요 목사님, 기다렸어요”
“너무 뵙고 싶었어요. 장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