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8일까지 여러분들의 사랑과 기도를 힘입어 한국의 일정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다녀온 것은 6년전,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장인의 장례로 인해 경황없이 다녀온 터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은 더 신중하게 무엇을 하고 올까 생각도 하며 다녀오게 된 것 같습니다. 실은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한국에 들어간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대학을 다니는 두 아이, 고등학교 10학년으로 올라가는 막내, 그리고 아내와 한국에서 함께 하는 시간은 쉽게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간절한 마음도 함께 담긴 일정이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해서 가장 관심을 가진 일은 처형 선교사님이(파키스탄) 암으로 인해 항암을 하고 있던 터라, 돌아 보는 일이었는데, 6차 항암을 받고 담대하게 믿음으로 이겨내는 선교사님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위로와 소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 친척분들을 찾아 뵙고, 옛 친구들, 교회 학교 제자, 그리고 한국에서 생활 중인 교회 개척 맴버인 박집사님 가정을 만나 교제하는 일은 제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치과 진료를 통해 충치 치료를 할 수 있었고, 종합검진을 해서 발견된 헬리콥박터 균을 죽이는 약을 처방 받고, 그 외에도 여러 일들을 하느라고 꽤 분주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들과 함께 매 순간 한국에서 보내는 일들은 제 자신을 돌아보고 한국 교회를 돌아보는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13시간이나 나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지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주일부터 지금 이 칼럼을 쓰는 시간까지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와 싸우고 있습니다. ‘시차’ 라는 녀석이죠. 벌써 미국에 들어와 미국 시간으로 살고 있는지 꽤 됐는데도 말이죠. 가끔 한국의 밤 시간때가 되면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으로 눈꺼풀은 어느새 잠겨져 버립니다. 그러다 깜짝 놀라 깨고는 하죠. 아예 침대에 누워 푹 잤다면 기분이라도 좋았을까요. 그것도 아니고 시차를 이겨 보려고 버티다가 가끔씩 자다 깨면 몸도 꽤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조금씩 잘 적응하고 있어 일상의 삶으로 거의 돌아온 것 같기도 하네요.
이렇게 시차를 적응하면서, 제 마음에 깊이 다가 온 시차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 나라의 시차’ 죠. 다시 말하면 하나님 나라의 시간입니다. 방금 앞에서 언급한 한국은 한국의 시간대로 살아야 하고, 미국은 미국의 시간대로 살아야 하죠. 만일 우리가 미국에서 한국의 시간대로 살면 매우 피곤한 일상이 될 겁니다. 간혹 주변에 한국에 있는 일들을 봐야 해서 한국 시차로 일하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시차를 맞추려고 수고하시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죠. 이렇게 시차는 그 시간대의 삶을 의미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시간이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아가는 일상의 삶을 의미합니다. 또한 하나님 나라의 시간이란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국가,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어 하나님 나라의 삶의 방식인 말씀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제가 이번에 처형 선교사님 댁에 있으면서 남편인 정선교사님이(파키스탄) 각 나라에 흩어져 있는 현지 신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일주일 내내 줌(Zoom) 으로 하시는 것을 보면서 그 수고와 헌신에 깊은 감명과 도전이 되었습니다. 실은 놀랍기도 하고 감사했던 것은, 시차를 뛰어 넘는 하나님 나라의 열정과 헌신이 그 수업에 참여하는 신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도전이 될지 생각하니 마음이 뜨거워지더군요.
‘하나님 나라의 시간’, 우리 모두 각자는 이 시간대를 살아야 합니다. 각자의 일터, 직장, 가정, 학교 등, 그 어떤 곳이라도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삼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감당해야 될 이들을 사랑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섬겨야 될 이들을 섬기는 삶, 이런 하나님 나라의 삶이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완벽하게 하나님 나라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죠. 그러나 시차를 적응해 가듯, 하나님 나라의 시간을 매일매일 클릭해서 적응해 가는 도전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입니다. 이런 도전과 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주님 안에서 소망합니다.
베델믿음지기 서성봉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