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분들이 예루살렘을 순례할 때는 반드시 빠지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곳은 다름 아닌 바로 고난(슬픔)의 길이란(Sorrowful Way, Way of Suffering) 뜻을 갖고 있는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입니다. 비아 돌로로사는 예수님이 빌라도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으시고 골고다(해골이라는 뜻, 갈보리)에서 십자가의 죽음을 맞기까지 걸어가신 그 길을 일컫는 것입니다. 제게는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었는데요(2014년에 겪었던 에피소드 입니다, 당시 실었던 칼럼의 일부를 옮깁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는 마음으로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의외로 십자가의 의미를 찾는 것은 제쳐 두고, 어떤 길이 맞는지 조차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그 이유가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우선 그 길의 구석구석에는 아랍 사람들이 장사하는 가게들이 좌,우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이 관광객이어서 그런지 상인들은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를 쓰고 흥정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비아 돌로로사’ 길은 예수님이 재판을 받으신 곳, 구레네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곳 등 각각 14개의 지점마다 숫자로 표시를 해 놓았는데 지도로 표시된 것만 보고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점은 아무리 애를 써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 곳에서 눈뜨고 사기를 당한 사건을 하나 말씀드리지요.
한 나이가 10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학생이 제게 와서 어디를 찾느냐고 묻길래, 길을 찾던 중이어서 ‘비아 돌로로사’가 시작하는 길을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친절하게도 저를 데리고 가더군요. 그리고 여기라고 얘기하면서 약간의 돈을 요구하는 거에요. 저는 감사를 해야 겠다 싶어 10NIS(10세켈, 약 $3)을 주었는데, 이 아이가 더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실은 낯선 지역이고, 실갱이 하기가 싫어 더 주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둘러보고 있는데, 아, 제가 아이한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둘러보니 이미 한 번 지나친 곳이었던 거죠. 넋 놓고 당한 셈이지요.
실은 이렇게 길을 헤매던 중, 마침 비아 돌로로사 길을 걷는 어느 순례단을 보게 되었고, 마침 그 순례단에 가이드까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저 팀을 따라가면 좋겠다’ 역시,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따라가며 가이드가 하는 설명을 귀동냥 하며 제가 놓친 몇 개의 지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아 돌로로사’ 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신 길일까요?
실제 지금의 길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으신 그 길 이라고는 정확히 말할 수 없습니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후,
그의 어머니인 헬레나 여사가 326년경에 성지순례를 간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와 무덤을 발견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 곳에 교회를 세우게 되죠. 그 후 1540년경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에 의해 그 길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예루살렘 성 밖에 채석장으로 쓰이던 곳이 있는데 그 근처에 예수님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 1867년경에 발굴됩니다. Garden Tomb이라고 불리는 이 곳은 실제로 1세기 경의 돌 무덤을 볼 수 있고, 해골처럼 생긴 언덕도 떨어져 있어서 오히려 이 지역을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신 곳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죠.
다음 주에는 ‘비아 돌로로사’ 길을 걸으며 찾게 된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전트립 일지는 이스라엘, 요르단 땅에 담긴 성서의 땅과
그 의미를 배우는 믿음의 여정을 기록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