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오늘 목회 칼럼은 8년 전, 지역 방송사인 아틀란타 라디오 코리아에 매 주 1회 아침에 희망메시지로 방송을 내 보냈던 내용을 옮겼습니다. 우연히 오래 전 남겼던 방송 원고를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이제 8년 전의 방송으로 가볼까요(2015년 10월 6일 방송).
‘한 3년전인가’ 어느 개스 스테이션에서 제가 경험했던 얘길 하나 할까 합니다.
뭐.. 요즘은 그래도 개스값이 2불대 근처라서 넉넉치 않은 서민들 지갑에 조금은 위안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개스값이 오를 때 되면 단 몇 센트라도 싼 곳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보통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죠. 저는 개스가 떨어지면 자주 가는 곳이 있는데요. 그 날도 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그 곳에서 차에 개스를 넣고 영수증 버튼을 눌렀습니다. 한 몇 초의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수증이 나오지 않더군요. 아마도 종이가 떨어진 것 같아,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영수증을 요청했습니다.
보통 영수증을 달라고 하면 직원들은 펌프 넘버를 확인하고, 영수증을 인쇄해서 주는 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날 그곳에 있던 직원이 이렇게 말을 하는 겁니다.
‘불편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커피를 무료로 드릴테니 가져 가십시오’
개스 스테이션에서 이런 친절을 받는다니 처음에는 제 귀를 의심했지요.
그래서 “Are you sure(정말입니까?)” 고 물어보았습니다. 대답은 “Yes” 였습니다.
저는 커피 한 잔을 들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오는데요..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 달에도 여러번 그 개스 스테이션을 이용하는데요. 물론 영수증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요. 그것 때문에 불편하거나 기분 나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생소한 ‘무료 커피’의 배려와 예기치 않은 친절에 마음이 훈훈해 지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단지 무료로 얻은 커피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어쩌면 개스 스테이션 직원의 고도의 전략(?).
무슨 얘긴지 아시겠죠. 이런 고도의 전략때문에..?
그런데 아닐 겁니다. 실은 제 마음에 ‘쿡’하고 와서 박힌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작은 배려가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지 알게 된 시간이었답니다.
살면서 우린 ‘자신의 것’을 챙기며 살라고 요구 받습니다. 조금 손해본다고 여겨질 때면 곧 우린 감정적으로 무시당한다고 여기곤 하죠. 그래서 이민자가 겪는 삶의 애환을 얘기할라 치면 아마도 며칠밤을 지새워도 모자를 보따리를 풀어 놔야 할 겁니다. 삶의 각박한 현장에서 남을 배려하라는 말이 귀에 들릴 리 없습니다. 여전히 우린 “주기 보단 받아야 할 것이 많은데..”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틀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느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자신을 위해 살아간 사람을 기억하기 보다 남을 위해 자신을 드린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성경에도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말씀이 있는데요. 이렇게 살았던 분들이 있습니다.
(중략)
모두 살아가는 삶의 목적과 시대는 다르지만, 우린 한 가지 같은 것이 있음을 배웁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되고자 하는 마음’ 이죠. 고아들의 아픔과 장애인들의 불편함이 자신의 아픔과 불편함이며, 누군가의 필요를 돕는 일이 소중한 것임을 알아 같은 마음이 되고, 손과 발이 되고 생명이 되어주는 세상이 있음을 우리는 삶의 일상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같이 되고자 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날 참 생소했던 ‘무료 커피”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목사로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또한 아들로서 만나는 모든 일과 삶에서 한 잔의 ‘무료 커피’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다짐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때론 여러분의 어깨가 무겁고 피곤할 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무료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오늘 이 얘길 듣는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과 삶에서 한 잔의 무료 커피처럼 이런 작은 배려가 시작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평안한 하루 되십시오.
베델믿음지기 서성봉목사 드림.